우리 사회에는 비록 작지만 그 안에 수 많은 지성인들이 제각기 취향에 맞는 문화 활동을 즐기고 있다. 그 가운데 유명 조각가도 있고 상을 받은 문학가도 있다. 모두 다 왕년에 한가닥 한 귀한 인재들이며 밝히지 않고 충실한 현재의 삶을 살아가면서 조용히 그 맛을 즐기는 교포들이 많은 줄 안다. 그러한 숨은 인재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런 인재들이 사회로 나와 자신의 달란트를 멋지게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먹고 살기 바쁜 지금 그런게 무슨 대수냐고 말 할수도 있다. 맞다.  먹고 사는 것처럼 중요한게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 먹고 사는 이유를 먼저 따져 보자면 삶의 이유의 근본을 잊은체 살아가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지않을까 하고 던져본다. 또한 먹고 살기 위해 그러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에 호응을 보여줘야 먹고 산다. 장사를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과 다를바 없다.

 

이번에 유명 소프라노 홍혜경씨와 그녀의 제자들이 선보인 ‘벨칸토 한인 중창단’의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장의 분위기가 우선 압도적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에 낯이 익은 얼굴들이 복장을 갖춰 공연에 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들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 먼저 떠올랐다. 저마다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레슨을 받고 그동안 해오고 싶은 노래를 배우면서 무대의 꿈을 키웠다. 나이 평균 40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처음 받은 느낌은 그런 것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연이란 것을 좋아했었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필자야 말로 먹고 사는 이유로 점점 문화생활에서 거리가 멀어졌지만 늘 바라보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미련이 많다. ㅎㅎㅎ

 

이날 무대에 선 주인공들의 모습을 본 순간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이 시작 되었고 그들의 표정은 천사와도 같은 편안한 모습을 하며 지휘자(홍혜경)를 주시하며 호흡을 맞췄다. 어쩜 저렇게 편안함을 줄수 있을까. 첫번째 떠오른 생각이었다. 무대를 많이 서 본 사람도 늘 긴장하며 떨리는게 무대이다. 그런데 단원 모두가 주는 표정에서 관객들까지도 편안하게 하는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어떻게 저럴수 있지… 노래 한곡 한곡 하모니에 도취되어 눈을 감은 관객들이 늘어났다. 어느덧 중간 순서에 많이 듣던 곡조가 흘러 나왔다. 나지막하게 관석에서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샹들리에의 불빛이 춤을 추듯 공연장을 흐르는 순간 ‘아~리랑 아리랑~…’ 그 곡조에 가슴이 멎었다. 단원들은 어느새 마음으로 가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솔로의 파트를 부르는 가운데 무대에 선 단원 각자의 사연들이 쏟아지는 듯했다. 얼마나 노래를 하고 싶었으면 밤마다 오피시나 길을 다니며 차안에서 노래를 부른 단원이나, 먼길도 마다 않고 지방에서까지 달려와 연습에 임한 단원,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날 하루의 고통을 노래를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은 단원 등 모두가 자신이 극복한 이야기를 들려준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그래서일까 어느 목소리 하나 튀지 않고 질서있는 소리를 전달했다. 피아노(홍은경)의 건반은 마치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했다. 같은 노래도 연주하기 나름이라고, 노래마다 장조의 변화와 편곡된 멜로디는 노래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홍혜경씨의 솔로는 자유자제였다. 파도를 치는 듯한 힘과 구슬이 구르는 청명한 듯한 가르다란 음절까지 소름끼치는 예술을 선보였다. 음악 공연은 귀만 즐겁게 해 주면 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머리와 가슴에 많은 여운을 남기게 하는 이 공연은 대체 뭘까.

 

단원들의 모습이 새로워 보였다. 이렇게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필자는 지금껏 취재를 했던 중 4번의 행사를 기사화 하지 못했다. 이번이 다섯번째로 이 공연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지 못할 듯 하다. 이번 공연에 걸맞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그져 노래만 한 것이 아니다. 단원들은 제각기 자신과 삶에 맞서 도박을 한 것이며 그 무대에서 그동안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앞으로도 진행형이기에 감히 그들의 고귀한 도전에 서툰 기사화를 할 수 없는 것이 그 이유다.

 

단원들의 부족함과 그들이 힘을 얻도록 이끌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그 짦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홍혜경 지도자는 결국 해냈고 그 마음을 단원들은 이해 한 것이다.

 

그 자리를 함께한 많은 교민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또한 반상회를 통해 작은 바램을 말하자면 연말의 분위기가 많은 아이들을 외롭게 한다. 힘든 상황의 아이들을 위한 자리도 꼭 기억해 주었으면 고맙겠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오늘 같은 도박의 시간이 주어지길 기다려본다. / 탑뉴스

By 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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