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태훈 상공회의소 회장

 

브라질은 유례없는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제성장률이 -3.6%를 기록했다.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업률이 13%를 넘었고, 실업자가 1350만명에 달한다. 필자 역시 올해로 브라질 이민 생활 46년째를 맞지만, 이번처럼 불황이 오래 지속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다행히 최근 들어 브라질 경제의 침체 국면이 끝나간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 경제가 올해 침체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2%와 1.7%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와 비교하면 올해 성장률전망치는 변화가 없었고, 내년 전망치는 1.5%에서 1.7%로 0.2%포인트 높아졌다.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 2년간 위축됐던 국내외 투자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는 3%대 성장을 위한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브라질 경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한국·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한국·브라질 간 자유무역협상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던 중국과 외교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브라질과 남미를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브라질 언론은 상파울루 시장의 한국 방문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이고 있다. 주앙 도리아 시장은 서울의 대중교통과 공공보건, 환경보호, 정보기술(IT) 정책 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브라질 언론들이 보도했다. 상파울루시에서 진행되는 공공 인프라 사업과 민영화 추진 과정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국과의 교역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문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브라질의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메르코수르 및 한국·브라질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교역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은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말처럼 서로 윈윈(win-win)이 가능한 분야가 많아 FTA를 체결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지적이다.

브라질은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 간의 FTA 체결을 가장 우선하고 있다. 이후 미국 일본 중국과 함께 한국과도 협상을 추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가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과 FTA 체결에 대한 의견을 파악한 1차 설문조사를 끝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당수 한국 기업이 단체로 또는 개별적으로 브라질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과 브라질 사이에 FTA 체결을 위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양국의 접촉이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을 보유한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들도 FTA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브라질은 먼 거리만큼이나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크다. 이곳에 진출하는 많은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사항, 이른바 ‘브라질 코스트’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 점에서 브라질·한국상공회의소(Kocham·코참)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2012년11월에 출범한 코참은 브라질 진출 한국 기업과 한인동포 기업인 단체를 통합한 기구다. 현재 80여 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코참은 브라질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현지 주요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브라질은 내수시장 위주의 경제에서 벗어나 자유무역을 통해 글로벌 경제 체제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폐쇄적인 시장에서 개방적인 시장으로 변화하는 브라질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 브라질 현지에 구축된 한인 네트워크가 협력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확신한다.

By 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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